포베다 다니에르...2002년 포베다 원정에서..

2003.05.28 13:09

박성민 조회 수:2120 추천:10

제목 없음

 

순수와 열정이란 무었인가?

천산의 남일책 캠프에 도착 했을때 수많은 외국인중 우리만 동양인이었고 전부 스페인,프랑스,스위스 그리고 러시아인들로 북적 댔다.
하지만 우리가 놀란건 그곳의 캠프 스텝에 두명의 동양인이 있다는 것이었다.
한명은 러시아 전체에서 유일한 아시아계 산악인인 안로만이었고 또 한명은 다니에르다.

그 친구는 몽고계로 보이는데 애석하게도 영어를 거의 조금밖에 못해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었다.

이 친구를 눈여겨 본건 같은 동양계라는 호기심이었는데 어느날은 캠프의 점심식사 준비가 끝나자 캠프막사를 치려고 밖아 놓은 철구조물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다.
턱걸이 매달리기 등등...
남은 고소적응을 위해 조금이라도 움직임을 줄일려고 노력 하는데 이 친구는 그 와중에 웃통을 벗고 운동을 하는 것이다.
모두들 그의 행동에 할말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이 4000m에 온지 한달이 다 됬으므로 그럴수 있다란 말로 위안을 삼았다.

어느날 종섭형이 너무 입맛이 없어 우리가 밥을 해 먹기로 하고 밥에 미역국을 끊였다.
우리만 먹는게 좀 이쉬워서 그 친구를 오라고 해서 같이 미역국을 먹였는데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면서 굿,굿을 연발 하는 것이다.
미역을 가리키며 카자흐스탄에 큰 호수가 있는데 그곳에서도 이런게 난다고 한다.
그럼 민물에도 미역이 자라나? 알수는 없었다.
왜냐면 그 친구와의 대화는 거의 손짓 발짓이 반이상이고 나머지는 의성어나 의태어로 진행 되니까.
실례로 빨리 간다라고 말하고 싶으면 두두두두두 이런식으로 말을 하고 천천히 간다고 하면 두~두~두~두.. 이런식이니까.

우리가 캠프1에서 한참 뺑이치면서 아이스폴지대와 오버행 세락의 루트공략을 하더날 캠프 전면의 포베다 남벽에서 정말 상상하지 못할 눈사태가 났다.
텐트 앞에 서있는데 그 앞의 러시아 친구가 갑자기 룩앳!! 하면서 손가락을 가리키길래 봤더니 거대한 하나의 산이 무너지는 것이다.
이건 영화에서 나오는 눈사태는 저리가라 할 정도 였다.
오랫동안 무너져 내리던 눈사태는--아마 해발 6000이상에서 진행 되서 4000대까지 떨어 졌으니까--빙하의 바닥에 도착 하자 마자 거대한 폭음과 눈가루로 구름을 만들어 냈고 최소한 2키로 이상 떨어져 있는 우리 앞으로 약 2~3분뒤 그 눈가루로 뭉친 구름이 몰려와 갑자기 화이트 아웃상태가 됬다.
하늘에는 눈이 꽉 찬것이다.
죽음이라는 단어조차 떠올릴수 없는 거대한 자연의 힘을 바로 눈앞에서 본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다니에르가 우리 캠프로 왔다.
어제의 눈사태가 남일책 캠프지 까지 보여서 레인져를 왔다는 것이다.
신발은 군화를 신고 각반비슷한걸 차고 다 녹슨 스키 스톡을 들고서...
남일책에서 우리 캠프지까지는 빙하를 거슬러 올라야 되는데 고소가 적응되면 최소 6시간에서8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이 친구는 4시간만에 왔다고 한다..황당하다..
아무리봐도 캠프에서 일하는 임시 스탭 정도인데 그 친구가 이정도니...

우리가 주는 간식을 맛있게 먹고는 배를 두드리며 저녁을 지어야 한다며 오후4시쯤 떠났다.

back_ilchek_3.jpg

다니에르



우리와 그새 정이 들었는지 그래도 다른팀보다 우리를 먼저 찾아와 안부를 묻고 갔는데 언젠가 내가 그에게 너의얼굴과 우리의 얼굴은 비슷한 아시안이다. 그래서 우리는 형제다.
라고 했더니 감명 비슷한걸 받은 표정으로 나를 처다본적이 있었다.
나는 그 친구의 순수한 마음을 어느정도 느끼고 있었다.

나중에 우리가 등반을 끝내고 캠프로 돌아왔을때 우리가 무사히 돌아왔다며 뛰어나와서 일일히 포옹을 해준것도 그였다.
그리고 우리가 마지막 데포를 찾으러 다시 빙하를 오를때 우리보다 한시간이나 늦게 출발을한 그가 허레벌떡 뛰어와서는 같이 가자고 한다.
그 전날 종섭형이 쓰던 안전벨트를 줬더니 정말 기뻐서 어쩔줄 몰라 하고 스틱까지 선물을 했더니 온 캠프를 돌아다니며 자랑을 하고 다녔다.
물론 안전 벨트를 차고서...

이 친구는 크레바스지대가 나타나자 자랑스럽게 그 안전벨트를 차더니 우리와 같이 한줄을 묶고서 크레바스를 건넜다.
내가 또한번 그 친구에게 자일을 묶는건 한팀만이 될수 있다. 그러므로 너도 우리팀이다. 했더니 정말 좋아 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서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서 현재는 이 캠프에서는 여름에만 일하고 나마지동안은 다른일을 한다는데 그일이 무엇인지는 러시아말로 열심히 해서 잘은 모르겠고 포터생활을 2년정도 했으며 그 전에는 군대에 있었다고 한다.

그가 우리에게 유명한 러시아 등반가들에 대해서 얘기해줄때 우리는 그의 눈에서 희망과 열정을 봤다.

그는 알피니스트에 대한 존경을 가지고 있고 나에게 열심히 돈을 모아 장비를 사고 산에 다녀서 존경하는 슈퍼알피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이곳 산악인은 가나하기 때문에 외국 장비를 소지한 사람은 그 많큼 능력있는 가이드나 어느정도 여유가 있는 사람뿐이었다.
그럼에도 포터와 캠프에서 물나르기등의 허드렛일을 하면서 그의 꿈을 키워 가고 있는 것이다.

나도 산에 다니면서 순수와 열정을 잊어 버리지 않았는가를 다시금 생각 해주는 사람이었다.

2002년임곡 포베다 원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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