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베다 천산의 하늘에서2

2007.03.14 21:48

박성민 조회 수:2639 추천:21

포베다 등반기


천산의 하늘에서2(2002 포베다원정기)
타림분지에서 하늘과 닿는 평원을 보다 그리고.....


우리가 알마타로 도착한날 저녁 여행사에서 정해준 숙소를 갔는데 느낌은 여인숙과 군용 아파트를 혼합한 느낌에 거기다 화장실 변기와 세면대만 있고 샤워기는 없는 그런 희얀한 호텔?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공동 샤워장이 있는줄 알았지만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호텔에서 밥을 먹기도 어려웠다.

배가 고파 카페에서 식사를 할려 해도 말이 통하지가 않아 손님 중에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사람이 와서 주문을 받아줘야만 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물론 여자 종업원이  무지  이뻤지만...  말안통하면 소용 없다.

이곳 숙소가 아시아 투어 지정 숙소 인지 우리 방 앞에 여러 명의 외국 등반대가 보였다.

city_3.jpg


(아시아 투어에서 제공 해준 숙소)

이국에서 첫날은 무지 더워(낮40도 밤30도) 잠을 거의 잤는지 안 잤는지...
자다 말고 일어 서서 호텔방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거리에 지나 가는 사람들을 처다 보고 이국의 하룻밤이 불면으로 깊어 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여름처럼 습도가 높지 않아 건조 하기만 할 뿐이라 다른 사람들은 모두 비행으로 피곤 한지 꿈나라에 잘도 간다.

다음날 아시아 투어를 찾느라 헤프닝을 하고 택시를 타고 엉뚱한 곳에 내려 아침 부터 여러곳을 걸어 다니다 정희는 모자를 잊어 먹어 종일 기분을 언짢아서 보는 사람이 힘들 정도로 안절 부절 하고...
어쨓든 종섭형과 정희가 계약을 위해 아시아투어에 남고 세웅이와 난 시장을 보고 와서 우리는 찌는듯한 더위와 함께 오후2시경에 알마타를 출발 했다.

마트에 갔더니 한국 간장도 있고 시장에서 장사하는 고려인들이 있어서 김치도 팔고  이곳에서 부식을 준비 해도 충분 할것 같았다.

city_2.jpg


(우리가 5시간을 타고간 승합차)

물가가 비교적 싸서 우리나라의 라면도 우리나라 가격보다 약간 비싸고 나머지 생필품은 그다지 비싸지 않았다.
목적지의 아콜 캠프까지는 차로 5시간 걸린다던데 이글이글 거리는 이곳의 도로는 알마타를 벗어나자 마자 우리의 시골길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아스팔트 상태가 좋지 않아서 거의 승차감이 없는 봉고차와 앰브란스에 우리 팀과 어제 숙소에서 봤던 그 외국팀---스페인팀이었다.--과 함께 덜컹거리며 달렸다.
이 스페인팀은 우리 보다 준비가 철저해서 미리 짐을 DHL로 이곳으로 보냈고 사람도 6명이나 되는 대규모 팀이었는데 쉬빌로프라고 하는 잘 안 알려진 어려운 거벽 등반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왠지 고수의 느낌이 나기 않았다.
어딜 가나 스페인 친구들은 쾌할 하다.
같이 봉고 차에 탄 종섭형 말로는 이상한 러시아 음악에 노이로제 걸리고 게다가 이 친구들은 정말 쉬지도 않고 떠들어 대서 정말 잠도 못 자고 피곤 했다고 한다.

길가에는 조금씩 가지고 나온 물건들 야채 과일 채소등을 파는 사람들이 가끔씩 모여 있고 마을을 지나면서 우리의 70년대를 보는 것 같이 소달구지도 다니고 노새도 다니고..
중간에 점심을 먹었는데 이 곳이 버스 정류장의 휴게소 같은 곳인지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스파게티와 비슷한 음식을 먹고 나서 다시금 출발을 했다.(위그루족의 음식이라고 나중에 알게됨.)

이길은 우리가 책에서만 본 실크로드중 천산 북로라고 불리우는 길로 이길이 바로 중국과 이어져 있는것이다.
나는 역사의 길을 내가 달리고 있다는 사실에 언젠가 편한 마음으로 차로 실크로드를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끝도 없는 밀밭의 평원 길에서 어느새 갑자기 고개를 넘더니 해발 2000m의 고원지대로 들어 섰다.

마찬 가지로 이 고원지대도 해발만 높을 뿐 끝도 보이지 않는데 이곳이 지리 교과서에서 배운 세계에서 가장 높은곳에 위치한 고원 분지 라는 타림 분지란다.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고원은 우리에 가끔 영화에서나 보던 지평선 저 멀리 까지 푸른 초원이 펼쳐 저 있고 가끔 가다 말을 타고 달리는 목동이 보이는 목가적인 광경으로 나를 들뜬 마음이 아닌 평화스런 마음으로 달래주었다.
말로 표현 하지 못한 미지에의 동경이 내 눈 앞에서 보여지는 것이다.
내가 역사에서 배운 살크로드와 책에서만 본 타림 분지가 내 눈앞에 있다니...
역시 나가봐야 할 일이다..

멀리서 먹구름이 피더니 달리던 순간에 벼락이 여기 저기 쳐대고 정말 순식 간에 장대비가 쏟아 졌다.
아까까지 더위에 지쳐 있던 우리에게 정말 시원함을 주는 비였다.

스페인팀과 종섭형이 탄 앞차가 갑자기 멈췄다.
무슨 일인 가 두리 번 거리다.밖으로 나가 보니 종섭형과 스페인 친구들이 분주 하게 움직이는 게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이 빗속에서 교통 사고가 난 것이다. 앞서 달리던 현지인의 차와 반대편에서 오던 차가 정면 충돌을 한 것이다.

종섭형이 사고가 크게 났다며 애들은 나오지 말란다.

사람이 죽은 것이다.

스페인팀 중에 두명이 차로 오더니 자기들 짐을 꺼낸다.
물어 봤더니 그 친구가 의사란다.
이들 중에 3명은 정말 헌신적으로 움직였다.

종섭형과 나 그리고 스페인팀 친구들은 길가에 부서진 차를 밀어 도로 밖으로 내몰고 부상자를 지나 가전 버스를 잡아 스페인팀 친구들이 손짓 발짓으로 상황을 설명 하고 그 중에 의사는 수술 도구를 꺼내어 장갑을 끼고 메스와 가위 소독약 그리고 실과 바늘로 이 엄청난 폭우 속에서 부상자를 치료 하는 것이다.

나는 아까 까지 무시하고 비웃던 이 친구들을 달리 볼 수 밖에 없었다.

이 초원의 도로상에서 말도 통하지 않고 자기들과 전혀 상관 없는 사람들이 다쳤어도 우리 차의 러시아 운전사는 무시 하고 가버리려던 걸 차를 세우고 구조를 하고 치료를 하는 이들은 정말 알피니스트 대우를 받을 만 하다.

내가 산에 다니는 건 저런걸 배우려는 게 아닐까?
순간 머리를 스쳐 가면서 우리만 있었더라면 이 빗속에서 이렇게 헌신 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두명이 죽고 세명이 심각 하게 다쳤다.
원정 출발과 동시에 죽음을 봤으니 모두들 말이 없을 수 밖에..
그나마 종섭형이 애들은 시체를 못 보게 했지만 그래도 조금 더 산 우리들이 궂은일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종섭형의 말이 지금도 들리는 것 ..

누구에게나 죽음은 힘든것이다. 종섭형의 배려가 보인다. 애들의 의지가 조금이라도 손상 될까봐...
빗속의 타림 분지는 아이니컬 하게도 피냄새와 향기로운 허브냄새로 온 사방이 가득 차 있었다.
사방이 온통 초원의 허브 천지라 허브향이 코를 찌르는 가운데서도 피비린내는 묘하게 파고 들었다.

나중에 그들과 남일첵캠프에서 헤어지기 전 커피를 먹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의 타림분지에서 행동을 보고 나는 많이 배우고 느꼈다.
그리고 당신들을 가슴속에 기억 할거다. 당신들은 멋진 사람들이다 고 말하며 내 가슴을 두드렸다.

그들은 유쾌하게 웃으며 '우리는 같다' 라고 말해줬다.

원정에서 등반은 다 못했지만 난 여러가지 교훈을 얻고 배웠다.

그래서 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왔다고 생각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가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것 중에 아주 소중한 것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 한다.
조그만 것에도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그리고 내가 마음을 열면 누구든 나에게 악의를 가지고 대하는 사람이 없다는 걸..
나는 그들과 헬기를 나눠 타기전에 하나 하나 포옹을 하면서 역시 사람은 마음을 열고 대하면 누구든지 통 한다는 걸 알았다.
내가 그들에게 존경과 알피니스트다움을 칭찬했기에 그들은 우리에게 동양의 조그만 나라 사람이 아닌 친구로서 대해 준 것이다.

-----우리와 남일책에서 헤어진후 그들은 쉬빌루프의 캠프지로 이동 했다가 이틀뒤 한사람이 심장병으로 헬기로 후송 되고 3일튀 그들은 등반을 포기 하고 헬기로 남일책으로 돌아 갔다고 한다. 유쾌했던 스페인 친구들은 원래가 일정이 짧아서 헬기 스케줄을 잘 못 잡고서는 등반을 다 마치지 못하고 가버렸다.
한가지 더 이태리 등반대들은 우리를 본체 만체 했다. 월드컵의 여파가 그렇게 만든 건데 스페인팀은 별로 그다지 개의치 않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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