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날리-맥킨리 20,320피트로의 여행...

2002.12.18 12:37

박성민 조회 수:1422 추천:7

수요일...

불현 듯 싸게된 배낭.... 갈까 말까 하다가
에이 내친 걸음 가보자 하고 배낭을 싸게됐다.

혼자는 왜로울 것 같은 산행.
후배에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여전히 종일 연락이 안되고.....
밤 늦게 서야 전화를 받은 녀석의 목소리는 늦은 시간이라 집에서 나서기가 눈치가 보여 곤란하다는 것이다. (다 큰녀석이.. 투덜거리며 전화를 끊고)

서두르면 심야버스라도 탈 수 있지만 서두르기 보다는 늘 그렇듯이 소지품을 헤아려본다.
침낭,침낭커버,판초우의,매트,코펠,버너,식량,행동식,수통,스틱,기타 액서서리.....
역시 한배낭된다. 이왕 늦은거고 어차피 양폭산장에 선배 만나서 이야기나 하고 사나흘 쉬었다 올건데 가볍게 가방만 하나 가지고 가면 어디가 덧나나 그져 골수에 묻힌 버릇대로 챙길건 다 챙기는구나...

밤 11시의 수요일 저녁 국도는 한가와 적막에 흐르는 음악소리와도 같다.
일부러도 서두르지 않은건 차안에서 듣고 싶은 음악, 그동안 못들었던 음악을 들어가며 달리고 싶은 까닭이다.

강변을 달리고 양평을 지나고 홍천거쳐 한계령을 올라설 즈음부터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 하더니 한계령 아래부턴 아예 꽉찬 안개로 고개길을 내려가기가 수월치가 않았다.

새벽3시경 도착한 양양에서 생각 나기를 어디 들어가서 자는거보다 차라리 차안에서 졸면서 새벽 바다를 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물치항 입구에 차를 대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나의 낭만은 우습게도 모기 한 마리 때문에 여지 없이 깨지고 졸며 모기 쫓느라 새벽을 보내고 부슬거리는 우기의 바다에서 아침을 맞게 됬다.

뒤척거리며 차안에서 그대로 늦게 까지 아침잠을 자고 나서 속초구경 그리고 설악동으로 들어와서 소공원서 세수 하고 케이블카 올라가는걸 구경 하며 오전을 보내다 정오가 되서야 배낭을 매고 비선대로 향했다.

일련의 수학여행을을 학생들의 틈을 따라 올라가면서 비오는데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불쌍 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내몰골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비선대에서 양폭으로 이르는 길 동안에 점점 지난 한달여의 휴유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다 쉬고를 반복 하고 양폭산장에 도착했지만 기대하던 선배는 없고 다른사람이 있어 아쉽더러도 일단 왔으니 산장 이층에 자리를 깔고 바로 잠을 청했다...

오후7시에 되서야 일어나 저녁을 지어 먹고 침침한 산장안에서 촛불의 깜빡임을 보며 내일은 무얼 할까 생각 해보다 선배도 없으니 그냥 산행 이나 하자 ...생각이 미칠즈음에서야 내몸 상태가 생각 났다.

장딴지 와 허벅지는 근육이 모두 풀어져 버리고 마르고 전체적인 지구력도 많이 약해진 것 같다. 체중은 6키로가 넘게 빠진 것 같다.
공룡능선이나 가볼까나...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이른 식사를 하고 배낭을 꾸리고 천당폭쪽으로 오르며 '가지 말고 내려가서 속초에서 놀까' 란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몸은 희운각쪽으로 가고 있는데.....

희운각을 올려치는 무너미고개에서 여러번 후회를 하고 가쁜숨을 몰아보지만 그래서 고개정상에서 시원한 바람한번 맞고 잊어 버리고 다시 희운각에서 차한잔 끊여먹고 공룡능선 갈림길서 후회를 하다가 모 항공사 산악회라는 분들과 어영부영 동행을 하며 길을 가르쳐 주다가 그냥 공룡으로 접어들게 되버렸다.

신선봉을 오르는 초입부터 몸상태는 적색임을 알리고 쉬엄쉬엄 살살 가자는 생각의 다른 쪽의 유혹에 내려가서 쉬자는 다른쪽이 지게 되서 헉헉대며 1275봉까지왔을땐 이미 후회는 늦으리가 되버렸다. 물론 1275를 오르며 애꿎은 이만 앙다문채 가쁜 숨만 내쉬었으니까.

다행히 날이 나뻐지지를 않아서 훌륭한 조망을 보면서 걸으니 피로는 한결 감해졌다. 마등령을 내려서기전 나한봉 근처에서 멀리 내설악을 바라보며 피던 담배 맛이 너무 좋아서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

마등령서 점심을 먹고 내려오는 도중에 1275봉과 외설악의 경치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바위에 아예 자리를 깔고 감상 하던중 새삼 이봉우리의 아름다움에 도취되 버렸다.

천화대와 모든 기암들이 일제히 1275를 향해 경배를 하는 듯한 착각속의 광경은 어느때보다도 아름다웠다.

이 경치를 바라보다가 불과 얼마전 까지의 데날리 속에서의 나의 여행을 조금씩 대비 시켜보니 즐거움이 더욱 더 가득 배어 나오는 것 같다.
물론 비록 체력을 거의 소진해 버려 이 내리막길에서도 정말 조심스레 내려오게되고 다리마저 후들거리지만 내가 얼마만큼 행복했는가는 말로 표현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금 즐거웠던 나의 20,320피트(6194미터)로의 여행의 회상을 시작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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