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날리-맥킨리 20,320 피트로의 여행 5...

2002.12.18 12:40

박성민 조회 수:1855 추천:5

랜딩 포인트(LP)에서...

오기 전에 듣기는 했지만 우리는 덩그런 설원 한가운데에 썰매로 만든 유도표식이 있는 간이 비행장으로 착륙을 하게 됬다.


매킨리의 등반은 5월초에서 6월중순까지가 가장 피크라는데 그이유는 여름철로 접어들면 LP의 눈이 녹아서 푸석 거리게 되므로 비행기 자체가 착륙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탈키트나에서 40여분을 비행해서 날아오면서도 보았지만 사실 이곳은 비행기가 아니면 접근을 할 수가 없는 곳이다. 이곳까지 날아오면서 역시 미국이란 나라는 하는 생각이 들었다.


LP -- 사진에서 오른쪽 밑에 보이는 사선 자국이 비행기가 착륙하는 자국이며 그 사선 자국 위쪽에 점점 들이 camp지이다. LP 왼쪽은 전부 크레바스 지대이다. 말하자면 크레바스 위에 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등산로는 LP camp의 밑으로 약간 내리막을 내려서서 북동빙하(Kahiltna Glacier)로 접어들어 시작된다. camp밑에 보이는 사선이 등반 루트이다.

착륙 하기전 하늘에서 본 LP

LP 에 착륙을 하고 정신 없이 짐을 내리고 나서 주위를 둘러 보니 이곳에는 오늘 이곳으로 들어 오는 많은 사람들과 그리고 산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 가는 사람들로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하기는 비행장에서도 3일을 비행기가 뜨지 못했으면 여기도 3일간이나 이곳에 대기 하고 있어야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일단 국현형은 오늘 우리는 운행을 안하고 여기서 camp를 친다음 정리를 하고 내일부터 산행을 시작 하자고 한다. 어차피 급할 것도 없으니까 우리는 일단 camp부터 구축했다.
텐트를 치면서 보니 등반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내려 오고 있었고 우리와 같이 LP에 도착한 팀들은 일부는 일정이 급한지 바로 출발을 하고 몇몇 팀은 camp를 구축하고 있다. 이 주변에 레인져 사무실에서 설명을 들은 화장실이 있는데 우린 경악을 해버렸다.
이건 화장실이라 말을 할 수 없고 그냥 의자다.!!..............


화장실의 구조는 나무로 된 의자가 있고 그 의자 다리부분은 칸막이가 되어 있다. 거기에 엉덩이를 까고(^^웁스!!) 앉아서 볼일을 보는 것인데 의자 한가운데에는 구멍이 뚤려있었다. 깊숙이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의자를 얹어 놓은 것이다. 사방이 다 트여 있기 때문에 볼일을 볼 때는 고개를 숙여야 된다. 혹시 눈이라도 마주치면 양쪽이 다 머쓱 해지니까.
아님 씨익 하고 웃어 주던지...


우리는 쪼그리고 앉아서 볼일을 볼 수 있지만 외국 사람들은 그 자세로는 십중팔구 쥐가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간이 화장실도 의자를 만들고 그 가운데 구멍을 뚫어서 볼일을 보게 하는 것이다. 도의상 그 물건(?)이 떨어지는 것만 안보이게 의자 다리부분만 가려 놓고 나머지는 open이다.
머 여자 분 들은 아니 어떻게!! 하시겠지만 이곳의 등반가들은 모두 당당하다.??^^;
이 화장실의 깊이는 짐작하기 힘드는데 모두 이곳 레인져가 판 것이라고 한다.

camp구축을 마치고 등반을 끝내고 올라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하나같이 처절하다. 피곤에 겨운 얼굴들에 동양계 사람들은 백인보다 얼굴이 훨씬 많이 타는지 정말 처절한 몰골로 올라 오는 것이다.
그런데... 어라!!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보였다. 아아!! 이역만리 타국에서 모국어를 듣다니 지난 4일동안 우린 오국현형가 가고 난 후 우리끼리 빼고는 거의 영어만 썼으니 감격에 겨워 '한국분이세요?' '하고 물었더니 덥석 손을 잡으시며 '반갑습니다.' 하시는거다.
어느 팀인가 통성명을 했더니 목포팀과 진주팀이라고 하시는데 진주팀의 대장님께서 혹 소주나 담배가 없냐고 하시길래 우리도 고이 간직한 팩소주를 두병을 드렸다.
우린 처절하게 탄 모습을 보니 너무 안스러워서 그랬지만 20일후에는 우린 이보다 더했으니까....
소주를 단숨에 들이키시곤 서로간에 정보를 교환하는데 ABC에서 한국팀 6개팀이 같이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등반하셨다고 한다. 우리가 이곳에 들어오지 못한 3일동안엔 이곳에는 날씨가 엄청 무섭게 변해서 3일동안 앞도 분간 못하는 날씨로 운행을 못하고 꼼짝 없이 묶여 있었다고 한다. 하여튼 이팀들은 두팀들이 열몇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었고 우리는 단촐 해서 등반성공을 축하 해주고 우리에게는 좋은 등반하라는 말을 남기며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저녁까지 비행기를 기다리다 비행이 끊어져 그날 가지 못한 두명이 남아 저녁에 우리는 필요한 정보를 구했다.


이번 시즌의 매킨리에는 모두 8개 한국팀이 이곳에 왔다. 우리팀은 이번 시즌에 매킨리로간 가장 마지막 한국팀이었기 때문에 모두들 놀란 표정이었다.(우리팀이 데날리로 온건 별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시즌 초기에 한국팀 대원 중 두명이 헬기로 후송된 사건이 있어서 사실 이곳 레인져 들에겐 한국팀의 인상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이곳에 도착 하자마자 건너편 산 정상 부근부터 눈사태가 시작되더니 굉음을 울리며 산 하단 까지 거대하게 눈사태가 이어져 깄다. 본격적인 눈사태를 목격 하곤 할말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저 정도의 산에서 나의존재란 점 하나 정도 일텐데 저 많큼의 눈사태를 마주치면 ... 종교가 없어도 기도가 필요한 순간인 것 같다.

눈사태를 바라보며..
눈사태를 바라보며...

하여튼 우리는 저녁을 먹고 나서 등반 미팅을 시작했다.
국현형에게서 앞으로의 등반일정과 우리가 주의해야 할일등을 듣고 나서 이 허벌판의 텐트 안에서 잠을 청했다. 내일을 위해서 하지만 잠은 쉽게 오질 않고............

여기서 우리 팀원들에 대해서 간단히 말하고자 합니다.

국현형은 83학번이고 우리팀의 3기이며 우리팀의 등반의 기준을 이루시는 분입니다. 99년 레닌봉 원정을 다녀 오셔서 이번 원정의 등반과 행정을 담당하셨습니다.


이글을 쓰는 저는 87학번입니다. 우리팀7기이며 현 팀 회장입니다. 두 번의 북알프스 등반을 했었고 고산등반은 처음입니다.저는 이번 원정대의 대장과 식량을 담당했습니다.


다음은 92학번의 우리팀 12기 종영입니다. 우리팀의 12기 쌍 톱클라이머 중에 한명입니다.이 친구도 고산등반은 처음입니다. 이친구는 의료를 담당했습니다.우린 밤마다 이 돌팔이의 처방에 따라 몰모트가 됬습니다.


마지막으로 막내인 95학번인 15기 세웅입니다. 99년 레닌봉 원정을 다녀왔었고 우리팀에서 가장 뛰어난 암벽등반 실력을 가진 후배로 5.13급 크라이머입니다.이 친구는 장비를 담당했습니다. 얼굴에 선블럭을 떡칠을 했습니다...

5월27일 아침에 조금 늦게 9시가 넘어 일어 났다. 우린 밤이 없는 점을 감안하여 최대한 늦게 까지 놀거나 이야기하고 푹 자기로 해서 등반 내내 늦은 출발을 했다(사실은 매일밤 이야기 하느라고 늦게 잠을 자서 늦잠을 잤기때문이다ㅜ.ㅜ). 이곳 LP 의 고도는 2150M 인데 비행기에서 갑자기 고소지로 내려오니 답답한 것 같아 어제 담배를 잘 안피웠는데 오늘은 아침에 멀쩡하여 아침부터 분주하게 준비 하고 일부 짐을 데포(라면 담배1갑 소주1병) 해놓고 텐트를 걷었다.


이곳의 등반 방식은 어차피 셀파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모든 장비와 식량을 팀들이 전부 져서 날라야 하는 오리지널의 알파인 스타일이다. 그래서 희말라야를 등반 해본 분들이 포터가 없이 모든 짐을 썰매와 배낭에 나누어 담아 매고 끌고 하는 등반 방식에 힘이 많이 든다고 들 하는데 사실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훈련을 하거나 하질 않았다. 지난 겨울에 같이 설악산 심설 등반을 몇회 한게 전부인데 우리는 팀웍을 믿고 등반에 임했다.

이 썰매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눈썰매인데(눈썰매 타는 곳에 있는 것)그곳에 카고백을 넣어 일부 짐을 넣고 묶은 다음 썰매에 긴 슬링을 달아 베낭이나 안전 벨트에 걸어서 끌고 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 등반은 워킹스톡이 필수가 된다.

LP에서 출발 하기 전

그리고 모든 운행을 안자일렌을 하기 때문에 서로간에 안자일렌을 하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서 썰매를 끌기 때문에 처음에는 모두들 썰매가 뒤집어져서 한동안 고생을 했다.물론 어제 다른 팀들이 고생 하는걸 눈 여겨 본탓으로 우리는 별탈 없이 진행을 하였다.

올라가면서 본 북동빙하.

LP 에서 camp1 구간은 LP 정면의 사면을 내려 서면 바로 북동 빙하(Kahiltna Glacier)이고 이 북동 빙하를 거슬러 올라 간다. LP 에서 camp2 까지가 북동 빙하 구간인데 이구간은 크레바스도 히든 크레바스가 많아서 눈 평원이라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구간이다. 멀쩡한 곳이 갑자기 무너져 버릴 수도 있으니까..............

이 히든 크레바스와 많이 다져지지 않은 눈평원의 워킹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썰피와 스키이다.
일단 썰피는 알루미늄 재질로 되서 아주 간단하게 신발에 부착하는데 표면이 넓어서 약간의 히든 크레바스와 다져지지 않은 눈지대를 잘 지날 수 있고 스키는 워킹용 산악스키 바인딩을 부착하면 뒤꿈치를 들릴 수가 있어 조금만 익히면 오히려 썰피로 워킹 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운행을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camp3 이상은 급경사 지대라 고수 급들만 스키를 착용한다. 이 스키는 바인딩만 바꾸면 일반 스키와 스키화로도 산행을 할 수가 있고 외국대의 반수 이상은 스키로 등반을 한다.

오후 2시에 시작하여 아주 천천히 적응을 해가며 운행을 해서 우리는 오후 9시경 camp1 (2450M)지역에 도착했다. 넓은 북동 빙하에 camp1 으로 가까이 오니까 그동안 안보였던 데날리가 모습을 드러내 우리를 유혹을 하고 있었다. camp1까지는 긴 언덕을 두군데 넘어 가니까 도착했지만 운행 거리는 상당히 길고 각 camp 운행구간중 가장 길었다.

썰매를 끌며 camp1도착

camp를 설치하고 저녁을 먹고 자리에 누우니 1시가 넘었지만 하얀 설원에 백야가 우리를 잠을 못들 게 한다. 오늘은 썰매를 끌고 오는게 역시 힘이 들었다. 처음에 익숙하지 않은 스키에 새 프락스틱 비브람이 나를 아프게 한 날이었다.

계속 이어집니다.............


로그인

오늘:
11
어제:
117
전체:
850,187

현재 접속자


Copyright(c) 1982-2014 All rights reserved. 임곡산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