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날리-맥킨리 20,320 피트로의 여행 7. (데날리 원정기)

2002.12.18 12:57

박성민 조회 수:2032 추천:7

온도계가 터져 버렸다.
조그마한 악세사리 온도계인데 영하 이십 몇도를 견디지 못한 건가 아니면 우리가 잠이 든새에 20도가 넘어 버린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곳은 해발 3000m정도지만 매킨리의 고도는 북극점에 가깝기 때문에 히말라야 보다 기압차가 더 떨어지고 산소의 농도도 더 낮다고 들었다.
전날 구축한 캠프지는  camp3로 올라 가는 거대한 협곡 중간 부분이라 바람도 불고 해도 오른쪽 산넘어로 넘어 있어 아침이 되기 전까진 영하 10도 이상의 기온으로 떨어 지는 곳이었다.

일찍 일어 나서 서둘러 camp지를 정리하니 벌써 11시가 넘었다.
고소지로 올라 갈수록 저절로 행동이 느려 졌으며 다행이도 모두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아 천천히 행동을 하게 됐고 첫날 미팅시 형의 말대로 모두들 서로의 일을 미루지 않고 말을 안해도 서로의 일을 도와 주고 각자의 일을 알아서 해나갔다.

camp를 정리 하고 출발 한지 한시간이 안되서 camp3가 그 앞의 가파른 언덕과 함께 나타 났다.(13:00)

camp3는 해발 3300m이고 그 앞의 언덕은 모터사이클 힐 이라 불리우는 평균 경사 50도 정도의 언덕이다.
이 camp지는 협곡 한가운데 있으며 오른쪽에 크레바스가 있다.
이 크레바스가 인터뷰에서 말하던 하얀 봉투의 처리 장소이다. 

이곳 camp지에서 고소적응과 camp4로 진입시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일부 짐을  윈디코너로 데포를 시키고 하루정도 적응의 시간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좋은 캠프지를 물색하다가 약간 넓고 그리고 눈 블록이 어느 정도 다져져 있는 곳에 camp를 설치했다.

모터사이클힐을 오르며.

이곳 camp3까지는 스키와 설피를 신고 운행을 했지만 그 이후 부터는 눈이 쌓여 있는 굳기가 굳고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아이젠을 신고 등반을 하기로 해서 마찬 가지로 우리의 일부 짐과 스키 설피도 이곳에 데포를 해놓아야 한다.
camp를 설치 후에 국현형에게 쉬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종영이와 세웅이와 함께 데포를 하기 위해 출발을 했다.(16:00)

 

 

모터사이클힐을 오르며..

camp3 앞의 모터사이클힐은 우리에게 그때까지의 구간중 가장 경사도도 가파르고 길어서 우리의 마음에 위협이 되기에 충분 했다.
후배들과 그때 까지 착용한 스키와 설피를 아이젠으로 바꾸어 착용을 하고 출발을 했다.

 

선등을 내가 서고 안자일렌을 한상태에서 거대한 언덕을 천천히 한걸음씩 오르다 보니 어느새 camp지가 조그마한 점으로 보였다.
아직 까지는 그렇게 힘이 들거나 숨쉬는데 가쁘지 않고 경사가 가팔라도 걸을만 했다.(사진 오른쪽 점점 들이 모터 사이클힐상단에서 본 camp3)

한시간 이상을 운행하니 모터사이클힐의 정상 부근에 다다랐지만 여기가 정점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언덕 위의 지점에서부터 오른쪽으로 봉우리를 돌아서 올라 가게 되어 있었다. 

모터사이클힐 상단..

모터사이클힐 상단..

약간의 가파른 사면 지대를 암봉을 끼고 우회를 하면서 오르고 내려오는 여러 등반대들과 위쪽의 상태도 물어 보고 (윈디코너에 바람이 부느냐...등등)나서 얼마 안되서 왼쪽으로 드디어 매킨리의 북쪽의 경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로 보이는 알래스카의 북쪽 평원에 떠 있는 흰구름들을 보며 우리는 이곳의 아름다움에 한껃 도취되어 걸음을 옮겼지만 가장 위험한 등반을 한 날 중에 하나였다.

모터사이클힐 상단..

모터사이클힐 상단

 

고도계로 해발 4000m가 되는 지점에 다다르자 눈앞에는 거대한 안부가 보였고 이 커다란 눈 평원 지대의 저 멀리 보이는 안부를 돌아 가면 윈디 코너가 있다.
이 능선 평원 정상에서 우리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던 외국등반대들과 휴식을 취하고 나서 멀리 보이는 윈디 코너 안부를 향해 출발했다.

능선상에서..

능선상에서..

그러나 이 평원은 우리가 보는 가시거리와 너무 차이가 져있었다. 먼지가 없는 이곳에서의 느끼는 거리는 우리가 평시 느끼는 거리의 배가된다는 사실을 나는 걸으며 깨달았다. 가도 가도 능선의 안부에 도달하지 않고 별로 전진의 느낌이 보이지가 않았다.

첫 고소

중간 즈음부터 두통이 왔다.
이 때 무렵부터 우리가 서 있는 이 평원 능선의 좌측의 카힐트나 빙하에 구름이 몰려 들기 시작하더니 일대 장관을 연출 해냈다. 북쪽과 남쪽의 모든 곳이 우리가 있는 4000m의 고지 아래로 구름바다가 된것이다.
평생 처음 보는 명광경을 본것이다.
아름다움도 잠시 종영이가 "형 저아래 눈올 것 같아요. " "그래 그렇겠지"

이 대답은 그져 막연한 것이었는데 점점 갈수록 눈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어떤 막연한 두려움으로만 느낄 뿐이었다. 그리고 당시의 공간인 4000m이상에서 보고 있는 저 하늘은 너무 파랗고 경치는 아름다웠기 때문에 우리는 구름 아래의 지대에 관해서 어떠한 다른 감정을 가지기가 어려웠었다.

구름아래 뒤덮힌 모터사이클힐

구름아래 뒤덮힌 모터사이클힐

우리의 목적은 오직 윈디코너에 데포를 하러 가는 것이었다.
안부 쪽으로 오르는 사면으로 올라 가면서부터 두통이 오기 시작했다. 느낌상으로 고소증상이 오는 것 같았다. 이미 세웅이도 나와 같은지 말이 없이 걷고 있었다.
첫고소의 느낌은 두통 그러니까 숙취의 다음날 오는 무지한 두통을 느끼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서는 짜쯩으로 겹쳐졌다. 내가 고소증상이 오는 가보다....
윈디코너로 오르는 사면에서 데포지를 찾아 보았으나 암석이 뒤덮인 지대가 많아서 데포지를 구성할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윈디코너 정상으로 가는길

윈디코너 정상으로 가는길

그림설명: 모터사이클힐을 올라서서 왼쪽으로 사면을 돌아 올라 서면 보이는 평원의 전면에 안부가 보이는 곳이 윈디 코너정상이다.
윈디코너는 안부에서 왼쪽으로 돌아간 부분인데 북서풍이 불면 사람도 날려 버릴 만큼의 대단한 바람이 불어 이곳을 통과 하는 산악인들에게 악명이 높은곳이다.

윈디코너로 돌아 가는 부분도 부분적으로 크레바스지대이다.

 

머리는 점점 아퍼오고 있었고 이제는 호흡도 가파르고 동작도 갈수록 무디어져 가고 있었다.
윈디코너로 돌아서는 안부 정상에 겨우 올라서서는 거의 맥이 없을 정도가 됬다. 이렇게 힘들 줄이야....
세웅이도 고소증상이 있었지만 나보다는 나은 것 같고 종영이는 그런데로 괜찮은 것 같았다.
이 안부에서 조금 쉬면서 지나가는 외국대에게 물어 보니 윈디코너의 데포 지점이 30분정도 거리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판단할 때는 내몸 상태도 별로였고 세웅이도 말을 하지 않지만 좋지 않은 것 같았은데 이 상태에서 더 이상 진행 하는건 무리라고 판단 하고 데포지를 우리가 올라온 아래에서 찾기로 했다.(19:30)

이미 데포를 하러 올라온 다른팀들도 모두 자취를 감추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올라 온곳을 내려가서 데포 할 자리를 찾는 것은 아무래도 싫었지만 30분 거리라면 어차피 나중에 짐을 찾으러 내려 올 때도 별로 부담이 안될 것 같았다.
더 갔으면 하는 종영이를 설득하여 능선 바로 아래 부분에 약간 눈이 쌓여 있는 곳에 텐트와 연료 일부 부식등을 데포 시켰다.(20:00)

윈디코너정상에서 휴식중에..

윈디코너정상에서 휴식중에..

바로 하산을 하여 평원을 가로 질러 사면으로 내려 설 즈음 아래 4000M부분의 멋진 구름의 운해가 우리에겐 현실로 다가와 버렸다.
하산을 시작 하며 막연한 불안감을 고소증상과 함께 느껴졌다.

사면으로 내려 서기 시작 한후 20분도 안되서 가시거리 5M도 안되는 화이트 아웃으로 둘러 싸인 것이다.
오면서 보았던 등반루트 표식기들이 거의 안보이고 우리보다 먼저 내려간 팀의 발자국도 거의 눈으로 덮혀 분간을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윈디코너를 앞두고..

윈디코너를 앞두고..

내려서던 중 뒤를 바라 보니까 바로뒤 안자일렌의 자일에 연결된 세웅이가 안보였다. 줄을 당기니 바로 나타났지만 7~8M거리의 세웅이가 안보일 정도의 화이트 아웃은 나도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길래 모두들 불러 세운 후에 안자일렌을 조절 한후에 바로뒤 세웅이에게 "형이 표식기를 놓치거나 아니면 루트를 벗어 나는 느낌이 나면 바로 얘기해라" 하고 나서 조심 스럽게 루트를 찾으며 내려왔다.
왼쪽으로 암봉을 끼고 오른쪽은 사면인데 올라 오면서 본 한군데는 거의 절벽 수준이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으므로 정말 최대한 긴장을 하며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고소증상에 대한 감각도 없어져 버렸다.
앞뒤가 분간이 안되는 상태에서 최대한 감각을 동원하여 내려 오다 보니 갑자기 내려가는 경사가 깊어져 느낌상으로 모터사이클 힐이라는 걸 감지 하고는 안도의 숨을 쉬면서 내려 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마법처럼 camp지가 나타 났다.(21:30) 마치 영화에서 처럼 쫘악 갈라 지면서....
아아!! 우리는 저 엄청난 화이트 아웃을 헤쳐 나온 것이다.

camp 앞에서는 초조하게 서성 거리는 국현형을 볼 수가 있었다.

오자마자 무전기 개방이 안됐다고 호통을 치시는데 걱정을 많이 하신 빛이 역력했다.
우리의 무전기는 사면을 돌아 서면서 먹통이 되었던 것이다.

형은 화이트 아웃이 되자 무전으로 우리를 열심히 부르셨고 다른 팀들은 내려 오는데 우리만 (이날 가이드 교육팀도 데포를 하러 갔었다.) 내려 오지 않아 사고가 났는가 초조하게 기다리시면서 애꿎은 담배만 축 냈다고 하신다.
그 정상 부근에서 원디코너로 돌아 가지 않고 아래부분에 빨리 데포를 시키고 하산 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시간이 더 늦었으면 우리는 걷잡을 수 없는 화이트아웃속에서 헤맸을테니까...

하여간 무사히 하산을 하고 늦은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정말 아찔한 하루였고 대단한 경험을 하였다. 처음 맛본 고소증상은 사람마다 다 틀리게 고소증상이 온다는걸 알았지만 술을 먹지 않는 내게 숙취 후의 고통처럼 고소증상이 온것은 아이니컬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술을 많이 먹어두는 건데...

텐트 바깥의 날씨는 무섭게 추위로 달려 가고 화이트 아웃과 흩날리는 눈발 속에 camp지가 고요해지기 시작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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